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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후기/책 리뷰

[서평]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by 하얀색흑곰 2021. 9. 23.

책 소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 사실 나에게는 가수보다는 <보통의 존재>라는 책의 작가로 더 익숙하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처음 읽었던 <보통의 존재>는 책에서 주는 무거운 감정과 우울감 그리고 솔직함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래도 그런 분위기의 글이 좋았기에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읽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소설과 산문의 중간쯤 되는 형태로 한 여자를 만나는 과정을 매우 솔직한 감정표현과 함께 풀어낸다.

 

밑줄 그은 문장

"7447, 당시 몰던 나의 차 번호다. 그 차를 처음 받았을 때 새로 부여받은 번호의 좋고 나쁨을 가늠해보던 나는 7과 4가 각각 두 개다 보니 이것이 행운의 차인지 불행의 차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차를 모는 동안은 어쩐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나중엔 꼭 행운이 뒤따라 올 것만 같은 미신과도 같은 예감에 늘 사로잡혀 있었고, 그 덕인지 실제로 대부분 그리되었다. 그래서 그 차를 모는 동안에 4차 찾아오더라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으며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곧 뒤따라올 7을 기다리면서,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을. 이제는 남의 차가 되어버렸지만 닥쳐오는 불행을 불행이라 예단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녀석은 분명 내겐 행운의 차였다."

- 내 차 번호가 7667이다. 6도 4와 같이 서양에서는 안 좋은 번호로 인식된다고 하니.. 나랑도 상황이 맞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일상적인 일들에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작가는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나도 작가와 같은 행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곧 나에게 올 7이라는 행운을 기다리면서.

 

저의 이름은 이석원 입니다. 저는 일생 동안 이 이름이 별로였습니다. 뭣보다 평범했고, 흔하며 포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전 이름이 주는 느낌이 그 사람의 능력이나 성공 여부에 꽤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으로 예를 들어 배철수가 박철수였다면? 봉준호가 이준호였다면? 뭔가 이름에서 풍기던 오라가 상당히 감소하지 않나요? 그런 이유로 제 평범했던 제 이름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의 한마디가 저의 생각을 바꿔주었어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죠. 그 사람이 제게 말했어요.
난 당신의 이름이 좋다고. 당신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 표현이 참 감성적이고 좋다. 나도 내 이름마저 좋아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다.

 

짧은 내 생각

정말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웠다. 솔직함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데 큰 무기인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이나 상황을 솔직하게 다 표현하면 상대방도 무장해제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작가의 상황과 생각에 공감하며 책을 한 문장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샌가 마지막 장이었고 기분이 참 좋았다.

특히 책의 제목인 '언제 들어도 좋은말'이 '뭐해요?'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표현이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제안이니 그럴만하다고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그 후로 나에게 '뭐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뭔가 다시 한번 그 문장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후기를 쓰면서 찾아보니 작가가 개정판을 내면서 그 후의 이야기를 추가했다고 한다.

시간 내서 교보문고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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