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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후기/책 리뷰

[서평]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 이다안

by 하얀색흑곰 2021. 9. 12.

책 소개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작가가 우울증이 생겨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다 결국은 이겨내는 스토리를 바랐지만, 작가는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그래도 우울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우울증에 힘들어 하는 이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고,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밑줄 그은 문장

p.6
왜 이곳의 모든 책은 결국 희망만 이야기할까? 희망 없는 삶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펴보며 든 생각이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는 은연중에 행복 강박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라면 당연히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진취적인 삶을 살아야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다. 왜 이곳의 모든 책은 결국 희망만 이야기할까? 희망 없는 삶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제목에 끌려서 폈다가 도입부 부분에 이런 문장을 보고 푹 빠져 들었다. 나도 한동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삶에 고군분투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한다.

 

p.152
나는 눈물을 닦고 휴대폰을 연 뒤 엄마에게 보낼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내가 유년 시절 겪었던 아픔, 평생을 따라다닌 지독한 병들, 현재의 끔찍한 내 상태까지 낱낱이 고백하고 토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길고 긴 고백 끝에, 사실 내 평생 진실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으나 끝내 꺼내지 못했던 말을 적었다.
‘엄마, 나는 이제 정말 나를 사랑하고 싶어. 내가 죽고 싶은 생각을 멈추고 진심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제발 도와줘, 엄마.

동반자살시도가 실패하고, 작가가 무너져 내린날. 내 기억으론 처음으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저자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226
L은 내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가 죽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냥 너 혼자 편해지려고 죽겠다는 거야? 죽을 각오로 살아. 살아서 뭐라도 좀 해봐.’
아, 그 말은…. 그 말은 정말이지 내가 인생을 살면서 들었던 최악의 폭력이었다. 가장 흔하디 흔하고 누구나 내뱉기 쉬운 폭력이자 가장 잔인하고 오만한 조언이며, 화자는 그게 오로지 상대를 위한 선의에 기인한 말이라고 믿고 있다는 의미에서 가장 서글픈 위로였다. 오랜만에 연락 와서는 기껏 한다는 말이 죽고 싶다는 징징거림이라니, L에게도 나는 최악의 폭력을 행세한 셈일 수 있다.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공유했던 친구였는데, 나의 멍청한 우울과 L의 서툰 위로 때문에 갑자기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군이 되어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암울해져 L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카톡 앱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작가도, 작가의 친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아무도 상처 줄 의도는 없었지만 결국은 둘다 상처 받는 대화. 이러니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더 깊숙히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

 

짧은 내 생각

이런 내용을 바라고 읽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우울증을 겪은 작가가 점점 나아지는 삶에 대해 적어나가는 것을 상상하며 시작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와 함께 한숨을 쉬고 있었고,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 동반자살 이야기, 브런치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 등을 읽으며 마치 내가 겪은 것 처럼 마음이 매우 안좋았다.

그래도 이게 정말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이 무너져 가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이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게 우울증이었다.

지나온 과거 들이 상처로 남아 온전히 괜찮아지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작가의 앞으로의 삶은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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